[비만과 의지 ④] 그래서 비만을 ‘만성질환’이라고 합니다

“살 좀 빼면 되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체중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지난 세 편의 글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람마다 필요한 노력이 다르고,
체중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그 변화에 적응하며,
음식에 대한 생각과 식욕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비만은 단순히 먹는 양과 운동량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비만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체중에는 유전적 요인,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 체계, 수면, 스트레스,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 요인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식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스트레스는 음식 선택과 섭식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 주변에 어떤 음식이 얼마나 쉽게 접근 가능한지도 중요합니다.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만은 만성질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의학단체는 비만을 복합적인 요인이 관여하는 만성질환으로 설명합니다.
비만이 만성질환이라는 것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도한 체지방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그 발생과 유지에 복잡한 생물학적·환경적 기전이 관여하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치료할 때 단순히 의지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듯, 비만 역시 적절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은 치료의 중요한 기반입니다.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함께 고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체중을 감량한 뒤에도 건강한 변화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질환으로 이해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왜 그렇게 많이 먹었어요?”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요.”
이런 질문은 때로 환자에게 자신을 더 비난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이해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언제 식욕을 조절하기 가장 어려우신가요?”
“체중을 감량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지금 생활에서 가장 먼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난에서 이해로, 의지력 평가에서 문제 해결로 시선이 옮겨가는 것입니다.

의지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네 편의 글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의지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건강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분명 노력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결심이 아니라 충분한 수면일 수도 있고, 식사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의학적 치료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행동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큼이나
왜 지금까지 그것이 어려웠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것도 못하지?”
그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나에게 무엇이 어려운 걸까?”
이 질문에서부터 자신에게 맞는 변화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SHINE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변화이기도 합니다.
지난 네 편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조금 덜 비난하고, 자신의 몸과 행동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닥터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