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의지 ③] 남들은 참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저녁을 먹고 난 뒤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어떤 사람은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식탁을 떠납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음식은 더 이상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다릅니다.
분명 저녁을 충분히 먹었습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꾸 냉장고가 생각납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까?’
‘과자 조금만 먹을까?’
‘아니야, 오늘은 참아야지.’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간식을 먹지 않았다고 해볼까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같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들인 노력까지 같았을까요?

같은 행동에도 필요한 노력은 다릅니다
우리는 흔히 결과를 보고 사람을 평가합니다.
간식을 먹지 않으면 의지가 강한 사람, 먹으면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별다른 노력 없이 간식을 먹지 않았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수십 번의 갈등 끝에 겨우 참아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과정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왜 음식에 대한 경험이 다를까요?
식욕은 단순히 위가 비어 있을 때만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 뇌에는 에너지 부족을 감지하는 체계뿐 아니라, 음식의 맛과 즐거움, 과거의 경험, 보상에 반응하는 체계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맡거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는 음식이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식욕과 음식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이러한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양을 먹더라도, 식후 포만감이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사람마다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수면, 스트레스,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매일 음식에 대한 생각과 싸우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요?
당장은 참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매번 강한 자기통제를 요구하는 방법은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체중관리를 할 때 단순히 무엇을 먹었는지만 묻기보다,
언제 음식이 가장 생각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참기 어려운지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퇴근 후 지친 시간인지, 잠을 못 잔 다음 날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TV 앞에 앉았을 때인지 말입니다.
그 이유를 이해해야 자신에게 맞는 방법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질문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남들은 잘 참는데, 나는 왜 못하지?”
이 질문에는 이미 자신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어떤 상황에서 음식이 더 생각날까?”
“그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강행동의 변화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보다,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개인차와 생물학적·환경적 요인들을 종합해,
왜 비만을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닥터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