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의지 ②] 살을 빼면 왜 오히려 더 배가 고파질까요?

“처음에는 식단 조절이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꾸 배가 고파요.”
“예전보다 더 먹고 싶은데, 제가 의지가 약해진 걸까요?”
비만 진료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잘 지키던 식사 계획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음식 생각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체중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는 생리적 조절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체중이 줄어들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체중이 감소하면 우리 몸에서는 여러 변화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① 식욕이 증가합니다.
체중이 감소하면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및 신경계 신호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배고픔을 강하게 느끼거나, 음식 생각이 더 자주 날 수 있습니다.
② 에너지 소비가 감소합니다.
체중이 줄면 몸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여기에 일부 사람에서는 체중과 신체 구성의 변화만으로 예상되는 수준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감소하는 적응성 열생산(adaptive thermogenesis)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우리 몸은 에너지를 아끼고 더 먹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요?
우리 몸은 체중 감소가 의도적인 다이어트 때문인지, 음식이 부족한 상황 때문인지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체중이 줄어들면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는 생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체중 감량을 지속하거나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체중 감량 후 식욕 관련 호르몬의 변화가 1년 뒤에도 관찰되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체중 감량은 단순히 먹고 싶은 것을 참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사 구성과 활동량, 수면을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 의학적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체중이 정체되거나 배고픔이 심해졌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라고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내 몸이 체중 감소에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만 치료에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의지만으로 우리 몸의 모든 생리적 반응을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왜 어떤 사람은 쉽게 그만 먹고, 어떤 사람은 계속 음식이 생각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닥터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