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의지 ①]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살을 뺄 수 있을까요?

“살을 빼려면 조금 덜 먹으면 되잖아요.”
“먹고 싶은 걸 조금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비만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분들 스스로도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제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요.”
“남들은 잘 참는데 저는 왜 안 될까요?”
그런데 사실 저도 비만을 제대로 공부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하고,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체중을 조절하는 데 개인의 노력과 의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부할수록, 그리고 진료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볼까요?
“누구나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요?”
“누구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 화가가 될 수 있을까요?”
노력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만큼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고난 조건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자원과 각자가 마주하는 어려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체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오늘 무엇을 먹을지, 얼마나 움직일지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강하게 배고픔을 느끼는지, 언제 포만감을 느끼는지, 음식에서 얼마나 강한 보상을 느끼는지까지 모두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 요인,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신호, 수면, 스트레스, 복용하는 약물, 심리적 상태와 우리가 살아가는 음식 환경까지 섭식행동과 체중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의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의 난이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남들은 참는데 나는 왜 못하지?”
누군가에게는 저녁을 먹고 야식을 먹지 않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밤마다 반복해서 찾아오는 강한 허기와 음식 생각을 견뎌야 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똑같이 ‘먹지 않는 것’이지만, 그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크기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결과만 보고 너무 쉽게 이야기합니다.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그리고 때로는 그 말을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하게 합니다.
“나는 왜 이것도 못 참지?”
“또 실패했네.”
“나는 역시 의지가 없어.”

하지만 비만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WHO를 비롯한 여러 전문기관에서도 비만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만성질환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에서 의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지 하나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이 줄었는데, 왜 오히려 전보다 더 배가 고파질까요?
우리 몸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해볼게요.
— 닥터웰다 💚
